정세와 운동



PT는 신자유주의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지난 호의 "정세와 운동" 란에서는 최근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전반의 움직임을 소개했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우리의 주목을 받아온 브라질 노동자당(PT)의 동향을 소개하려 한다. 이미 지난 번 소개글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라틴 아메리카 좌파의 실천들은 많은 경우 실제 모습과는 동떨어진 이상화된 모습으로 소개, 수용되곤 했었다. 브라질 노동자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개량주의 경향은 개량주의 경향 대로, 변혁적 경향은 또 그들대로 이를 새로운 노선의 전범인양 떠받들곤 했다.

이번 브라질 노동자당 소개는, 얼마간은, 올 가을로 예정된 브라질 대선--이번에는 '브라질 인민전선' 명의 아래 노동자당의 룰라가 좌파 단일 대통령 후보로, 민주노동당(PDT)의 브리졸라가 그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위와 같은 'PT의 신화'를 보다 실제적인 선행 사례 학습으로 탈신비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동과 기대, 어림짐작 뒤에 숨어있는 그 실상을 직시해보자. 80년대말 민주화 열풍과 함께 전 세계 좌파의 희망으로 등장한 이 당은, 그 희망찬 부상과 동시에 아메리카 대륙의 신자유주의화에 맞닥뜨려 현재는 어지러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대선에서 룰라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는 브라질판 레닌 혹은 아옌데보다는 브라질판 미테랑--블레어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노동계급 대중정당 건설 시도 자체를 백안시하는 일부 극좌파의 논지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다음에 소개할 글들에도 나타나 있지만 노동자당 안에는 애초에 노동자당이 지니고 있었던 대중운동적 정당이라는 미덕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당내 좌파들이 존재한다. 노동자당이라는 틀거리가 존재하기에 결국 이들 좌파는 노동자당 우파 같은 개량주의자들의 오류에 대해 '무기의 비판'을 시도할 수 있는 진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 또한 놓쳐선 안되겠다. 문제는 실험 이전의 공론이 아니라 실험 그 자체이고, 적어도 저들은 우리에게 부족한 이것을 감행했었던 것이다.

비교적 최근의 PT 당내 논쟁을 소개하는 '따끈따끈한' 글들을 찾으려 했으나 1995년 이후의 자료를 찾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첫 번째의 J. 고렌더의 글과 두 번째의 A. 보이토의 글은 비록 1994년 대선 직후에 쓰여진 글들이긴 하지만, 현재의 당내 좌우 구도에 대해서도 힌트를 줄 수 있을 구조적 진단을 풍부하게 함축하고 있다. 특히 보이토의 글에서 CUT의 노사정위 참여와 그 부정적 결과들에 대한 언급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세 번째의 레싸의 글은 브라질 맑스주의에 특징적인 실용주의를 비판하는 것인데, 역시 노동자당의 동요라는 현상의 심층에 자리잡은 문제점들을 잘 지적하고 있다. 대중운동적 정당으로서의 노동자당의 특성에는, 초기의 소개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운동적인 역동성, 민주성, 실천성이라는 장점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 동전 이면에는 이런 이론적 낙후, 실용주의의 문제가 존재했던 것이다.

네 번째의 아베르스의 글은 노동자당의 지방자치 경험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포르토 알레그레 시의 실험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한 글이다. 노동자당이 집권한 다른 도시에 비해 이곳의 경우 참여민주주의 이념이 가감없이 실행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도시의 노동자당이 당내 좌파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민중들의 자치 능력의 의식적 배양 속에서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만들어나가는'(발견하거나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지향은, 최근 프랑스에서 있었던 {공산주의당 선언} 1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C. 레이즈/L. 파니치와 S. 긴딘의 글들의 논지와 뜻깊은 일치를 보여준다({선언 150년 이후}, 이후, 1998.에 국역, 수록). 최초로 진보세력의 지방자치 진출을 이룩해낸 우리에게 이러한 서면 학습이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의 두 글은 브라질 노동자당 내의 논쟁이 아니라 이 당이 주도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전반의 회의체인 상파울루 포럼 내의 논쟁을 다루고 있는 글이다. 하지만 포럼 내의 논쟁 구도가 PT 내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으므로 이 글들을 통해서 최근 노동자당 내의 움직임을 유추해보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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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헤게모니의 재건 - 노동자당과 1994년 선거 . . . 아콥 고렌더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와 브라질의 노동조합주의 . . . 아르만도 보이토
브라질 맑스주의가 처한 상황 . . . 세르지오 레싸
관념에서 실천으로 - 포르투 알레그레의 참여정치 . . . 레베카 아베르스
상파울루 포럼 제 7차 대회 . . . 호세 마르티네즈 크루즈
부에노스 아이레스 컨센서스에 반대하여 . . . 에르네스토 헤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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