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글


'특대판'을 내며

 

 '정당'을 이번 호의 주제로 잡은 것은 당연히 진보정당 창당 일정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 과정에 불만과 바램을 싣고자 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러한 불만과 바램에 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호를 기획하였다. 애당초 특별판 내지는 문고판 식의 자료집을 만들고자 했었다. 사람들을 끌고갈 '정론'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생각할 꺼리를 던져줄 자료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을꺼리} 자체가 특별한 형식을 갖출만한 대단한 잡지도 아니거니와, 원래가 일종의 자료집이었다. 하여 그냥 '5호'라는 꼬리를 달고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책 구성이 전과는 딴판이다. 꼭지의 구분을 없애고, 모아진 자료들을 나름대로 재구성해 묶었다. 물론 예상 외로 두터워진 '특대판'이 되어버려서, 적어도 양으로는 승부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다.
일정을 염두에 두었다 함은 보다 일찍 책이 나왔어야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게으름과 욕심, 기타 사정으로 두어달 늦춰졌다. 행인지 불행인지, 진보정당 발기인 대회 역시 늦춰졌다. 나름의 변명거리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위안으로 삼기에는 좀 뻑뻑한 사정들이 있기는 하다.

"옥포의 조선소에서 서울의 철로 위로" 전개되었던 10년 전의 거대한 사건이 되감기처럼 반복되던 올 봄, 창당논의는 가속화되기 시작하였고, 폭염으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던 여름의 끝물에 한 단락 맺음을 가질 예정이다. 실망과 더위에 지친 민중들에게 위로가 되어야 할 사건이다.
이 사건은 적어도 15년 이상, 길게는 한 세기가 된 민중의 노력이 이제 하나의 결실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누가 그 역사를 현재화하고, 미래로 이어 놓을지는 그들의 노력에 달린 문제다. 어쨌거나 20세기 마지막 해는 하나의 정리와 하나의 시작이 바톤을 주고받는 형상인 셈이다. 새로운 주자들이 달려야 할 코스는 (전과) 비슷하지만 낯설다. 그만큼 어려움은 배가된다. 지긋지긋한 3김 정치와 지역주의로 압축되는 보수정치판이 여전히 익숙한 풍경이라면,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최종판 격인(혹은 새로운 시작인) 밀레니엄 라운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낯선 풍경이다. 단언컨대, 저들과 같은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제, 정치, 문화는 저들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무엇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바톤을 이어 받고 있는 정당은 무엇보다 이러한 지점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모아 놓은 글들이 이런 바램의 다른 표현들이길 바란다.

{읽을꺼리}가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점, 특히 독자투고란('끼워넣기')이 빠지게 된 점이 이번 호의 아쉬움이다. 다음 호가 (또 나오게 된다면) 이러한 아쉬움을 채워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혹은 불만을 품은 독자들이 의기투합해서 '경쟁지(?)'를 만든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진보연대의 <접속>과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의 <인터내셔널뉴스>가 자신의 글들을 다시 싣도록 허락해 줌으로써 {읽을꺼리}가 조금 더 읽을만해졌다. 카피레프트정신을 기꺼이 공유한 두 단체에게 감사드린다.

1999년 8월
카피레프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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