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들은 멸종될 것인가?


크리스 하먼, "Do the Tigers face extinction?", Socialist Review, 214, 1997 December

 

10월의 갑작스러운 사태와 주식시장의 그만큼의 갑작스러운 회복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나? 많은 주류 논자들은 회복이 '경제적 토대'가 매우 탄탄함을 증명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많은 이들이 주식시장이 예컨대 1929년 그리고 1987년에 또다시 폭락하기 시작할 때 마다 말해온 것이다. 칼 맑스가 {자본}에서 지적했듯이, "사업은 폭락의 전야에는 언제나 거의 지나치게 탄탄한 것으로 나타난다... 시업은 붕괴가 발생할 때 까지는 항상 완전히 탄탄하다".

주식시장 폭락 자체가 자동적으로 보다 넓은 경제적 붕괴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주식 시장은 결국 실제 재화의 생산과정의 일부가 아니다. 이들은 이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회사와 생산과정내에서의 지분들을 사고 파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말하자면 다른 곳에서, 즉 민중이 노동하고 땀흘리고 또한 착취당하는 작업장에서 생산되는 이윤을 청구하는 간접 시장이다. 따라서 예컨대 주식 시장의 가치가 1/3이 하락한 것은 그 자체로는 이윤으로 생산되고 강탈당하는 부의 단 1페니도 줄이지 않는다.

"큰 벼룩은 그들을 물어뜯어 먹고 사는 작은 벼룩을 등에 붙이고 산다. 작은 벼룩은 더 작은 벼룩을, 이렇게 끝없이 이어진다". 벼룩들이 나머지로부터 빨아먹은 혈액을 놓고 싸우면서 주식시장의 붕괴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들이 상상한 만큼 일이 제대로 되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싸운다.

붕괴는 보다 넓은 생산과 착취의 시스템에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다는 징조이다. 이는 정확히 어떻게 발생하는가? 결국 미국과 영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세계는 지난 23년 동안 세차례의 대규모 불황을 겪었으며, 맨 마지막 것은 1990년 즈음에 시작되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회복'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는 팽창적 호황(inflationary boom)으로 진입하는 중인지에 대한 논의까지 오가고 있다. 그러나 붕대를 칭칭 동여맨 세계는 여전히 불황의 영향으로 신음하고 있다. 세계의 두 번째 경제력을 가진 일본은 지난해 초반의 반짝 성장 이후 공업생산과 내수시장의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또한 유럽 중앙부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성장은 불황의 6년 이후 여전히 매우 느리고, 실업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결국 번듯한 선진 공업국들 중 회복은 미국과, 기껏해야 영국(최근의 산출이 일본이나 독일은 고사하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보다도 낮은)에 국한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는 단지 몇 달 전까지만해도 동아시아가 체제의 구세주로 여겨졌는지를 설명해준다. 불과 2년도 안된 방문, 즉 토니블레어의 싱가포르 방문과 피터 만델슨의 남한 방문은 동아시아가 미래로 작용했었음을 말해준다. 불과 두달 전에 마틴 자크가 <옵저버>에 기고한 홍콩과 중국 경제의 경이에 관한 기사를 상기해보라. 우리는 몇해 안에 이들 경제들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들었었다. 이제 태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집어삼키고 홍콩과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자 그러한 주장들은 모두 다소 얄팍했던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이윤을 희망하면서 이 지역에 돈을 쏟아부었던 모든 자본가들은 이제 손해를 걱정하며 그들의 자금을 철수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잇따른 통화 평가절하, 자산 가격의 급속한 하락 그리고 은행 시스템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어떤 추정치는 동남아시아에서 '상환되지 않는 대부' 전체가 총 산출의 13.3%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부의 청산은 태국의 9대 은행 중 6개의 자본을 바닥낼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이미 몇 개의 개인은행에 대한 폐쇄를 포함하고 있고, <파이낸셜 타임즈>의 보고에 따르면, "수십개의 주요 복합기업체들이 비유동적 상태가 되었다고, 즉 긴급 자금을 지불할 현금이 바닥났다고 보여진다".

상황이 너무도 심각하여 인도네시아의 위기만을 조치하기 위하여 대부를 40억 달러 증가시키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한 IMF는 이제,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모두 370억 달러의 패키지를 더하게 되었다. 이는 태국에 대한 172억 달러의 패키지를 능가하는 것이다.

태국의 위기가 한여름에 처음 분출했을 때, 많은 논자들은 이를 지나고 나면 "급속한 동아시아 성장의 도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하락 정도"로 보일 것으로 무시하려 하거나(<파이낸셜 타임즈>의 Martin Wolff), 또는 말레이시아와 같은 나라는 태국의 운명을 피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자 했다(<파이낸셜 타임즈>의 James Kynge). 이제 과거에 동아시아의 '기적'을 어느 누구 못지않게 칭송해왔던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도 말할 수 있다,

"자금의 끊임없는 흐름으로 충전되는 아시아의 기적 이야기는 집어치워라, 싸구려 자금의 끊임없는 흐름에 의해 충전되는 끊임없는 성장과 팽창하는 기업 이윤이라는 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써라".

이것이 아시아의 '호랑이들'을 중심으로한 공업 발전의 새로운 물결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실제적 근거가 없음을 의미하는가? 이 지역에서 주요 국가들을 엄청나게 변형시킨 실제 변화들이 존재했다. 남한과 태국은 지금은 공업 국가들이며, 싱가포르의 인구당 국민소득은 영국의 그것 보다 높다. 이러한 지역들을 '제3세계'라고 부르는 것은 얼토당토 않다. 중국의 일부 해안지역에서는 대규모의 공업화가 이루어졌고, 여기서 상품들은 세계 곳곳으로 직접 수출되고 있다.

좌파 쪽의 인물들 중 예를 들어 폴 바란처럼 자본주의 하에서 제 3세계에서 공업발전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해온 이들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내가 4년 전에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에 기고한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 지적했듯이, 레닌과 트로츠키와 같은 인물의 고전적 맑스주의의 입장은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아니었다. 이 입장은 그것은 모든 불합리성들, 상승과 하락, 갑작스러운 호황과 곤두박질하는 불황들에 종속될 것이며 그것이 체제의 나머지 부분을 특징짓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나는 제3세계, 신흥공업국 및 과거 소비에트 블록의 풍경은 "신자유주의 시장 이데올로기가 약속하는 끊임없는 팽창"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또한 "모든 곳에서 똑같은 몰락이나 스태그네이션"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는 일종의 "갑작스러운 상승과 하강들, 광범한 빈곤 한가운데에서 공업 성장의 폭발들, 낡은 생산 방법 위에 이식되는 새로운 기술들, 두세걸음 전진할 뿐만 아니라 네다섯 걸음 후퇴하기도 하는" 그러한 것일 것이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사반세기 동안 두나라, 즉 남한과 대만, 그리고 두 도시국가, 싱가포르와 홍콩은 전형적인 제3세계 조건에서 근대적 산업 자본주의로 이행했다. 이들은 우호적인 환경들의 예외적 조합으로 그럴 수 있었다. 실질적인 미국 직접원조, 베트남전쟁을 위한 미군 구매의 막대한 경기부양, 제3세계의 다른 여러 곳에서 공업발전을 저지해왔던 부유한 지주 이해의 취약성 내지 부재, 대립하는 자본가들의 이해에 단일한 의지를 부과하면서 또한 최근 형성된 새로운 노동자계급을 위협하여 복종시킬 수 있었던 독재 등.

1970년대 이래 이러한 발전의 전형적 특징은 수출주도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서구 대기업들로부터 사들인 약간 구식의 기술과 저임 노동력을 결합시킴으로써 세계 시장에 스스로의 힘으로 점차 큰 위치를 차지해나갈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들은 섬유로부터 제철과 철강, 조선, 전자부품 생산 및 조립으로 옮겨갈 수 있었고 마침내 자동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종종 '호랑이 새끼들'로 불리는 태국, 인도네시아 및 말레이시아가 따라하고자 해온 것이 이러한 '수출주도' 성장 모델이다. 이것의 한 변형은 해변 지역에서 수출지향 생산을 열어놓은 중국 지도자들의 정책에도 깔려있다.

그래서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호랑이 새끼들'은 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왜 수출주도 모델은 더 이상 가동되지 않게 되었는가? 이러한 공업화 방법에는 세가지 내재적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이는 나머지 세계가 점차 증가하는 수출품을 구매할 의사와 능력이 있다는 것에 의존한다. 체제의 다른 곳에서 침체나 스테그네이션이 있을 경우 이는 성립할 수 없다. 또한 보다 많은 나라들이 '수출주도'의 경로를 추구할수록, 수출이 더 이상 용이하지 않을 때 이들 모두에게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 한해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과잉생산의 모든 고전적 징후들이 나타났다. 경제지의 편집자이자 중국 분석가인 Chen Zhan은 6월에 인근의 공장들이 모두 시장 부족으로 인해 능력 이하로 작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중국에서는 가용 능력의 단지 60%가, 한국에서는 70% 그리고 대만에서는 72%가 사용되고 있었다. 3월에 중국의 <이코노믹 데일리>는 "창고에 상품 재고가 중국 전역에서 77억??를 넘었다고" 보도했다--이는 국가 생산의 8%에 해당한다.

남한의 경우, <파이낸셜 타임즈>는 3월에, "모든 주요 산업--전자,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이 작년에 동시적인 하향순환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 결과는 주요 철강 회사인 한보의 부도,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 나라의 7대 기업이자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생산자인 기아의 파산을 막기 위한 국가 인수--실질적인 국영화(nationalisation)--였다.

둘째, 수출의 문제는 산업 구조조정의 시도를 낳는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여기에서 빠져나오고자 버티고 저항했으며, 예전의 통일된 지배계급들 내에서 형성된 커다란 압력을 초래했다--그래서 남한 집권당의 거대한 대열이 이번 달의 선거까지 뛰고 있고, 중국에서는 국가경영 중공업의 경영자들과 해안지역의 수출중심 기업가들 사이에 긴장이 발생하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수하르토 아래에서 분열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농촌에서 갓 만들어져 산업화의 초기단계에 들어서게된 노동자들이 저항하기 시작한다. 저항을 매수하려는 시도들은 결국 어떤 경우에는('호랑이 새끼들'에 반해서 '호랑이들'에서는) 서구와 비교할만한 임금수준을 낳기도 한다. 또한 이는 저임, 낮은 기술, 고 수출의 경쟁의 종말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1988년은 이런 측면에서 전환점이었다. 파업의 물결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실질임금 인상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특히 우리는 이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비록 이들 나라들이 전반적인 산업화 수준은 10년 전의 한국보다 훨씬 낮지만, 파업의 자발적인 물결들을 목도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한 보고는, "수하르토 대통령이 자신의 사람을 장악하는 것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많은 평범한 인도네시아인들이 동요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러 도시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여러 도시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고 정부는 은행에 대한 지불청구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에서 실시한 아시아 기업가들에 대한 조사는 중국정부가 중공업의 노동력을 감축하려 할 경우 실제적인 사회적 불안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는 거의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폭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위기와 이에 수반되는 사회적 불안은 전체 세계체제에는 어떤 중요성을 가질것인가? 매우 중요하다. 이 지역은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전체 체제의 역동적 추진점이라고 이야기되던 곳이었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의 도움으로 낭떠러지에서 질질 끌려나올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태국 그리고 특히 인도네시아에 대한 IMF의 패키지의 규모는 주요 정부들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동아시아의 붕괴가 일본경제를 스테그네이션으로부터 세계가 1930년대 이래로 보지 못했던 종류의 완전한 불황으로 끌고 갈 만큼 커다란 것일 수 있다는 우려들이 존재한다. 결국, 일본회사들은 인도네시아에만 387억 달러의 투자를 가지고 있고, 이 지역은 일본 수출품의 중요한 판로 중 하나이다.남한의 위기는 브라질에 충격을 가하고 있는데, 남한의 투자가들이 이 나라로부터 자금을 철수하기 때문이다. 이는 브라질의 자금으로 지지되어온 러시아의 주식시작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선진 서구 국가들의 주요한 기업들--영국의 가장 큰 은행그룹인 HSBS, 뉴스 인터내셔널, 또는 케이블 및 무선회사들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645억 달러를 갖고 있는 미국 은행들--에 가능한 영향들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금융체제에 대한, 특히 지난 10년간의 '파생상품(derivatives)'의 광대한 성장 이후의, 미지의 영향이 있다. 미래의 이자율과 환율 변동에 도박을 하는 자산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10년 동안 대략 5조 5천억 달러에서 98조 달러로 성장했다--이는 전세계 경제 산출 보다 다섯배나 많은 것이다!

동아시아의 공황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는 '금융시장의 국제적 팽만'을 경고했고 '이제는 하루에 수십억 달러 가치의 지불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지불 시스템의 주요한 실패와 연계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정부를 걱정하게할 경제적 영향만이 아니다. 미국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은 이 지역의 정치적 불안의 잠재성은 미국 행정부를 위협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 지역의 모든 국가들은 지난 10년에 걸쳐 급속도로 스스로를 무장해왔다. 미국 정부는 아마도, 만약 경제적 위기가 실제로 정치적 격변들로 귀결된다면, 18년전의 이란의 샤가 그랬듯이 혁명이 가장 절친한 맹방을 휩쓰는 것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